오마이뉴스 15년4월2일자 소리체험박물관 관련 기사 소리와 이야기가 있고, 힐링이 되는 박물관 봄기운이 완연해진 지난달 21일, 강화도 길상면 해안남로 474-11(선두리 1059번지)에 있는 소리체험박물관에 다녀왔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 낮선 이를 발견한 개들은 반기는 건지 경계하는 건지 연신 짖어댔다. 봄이 왔기에 그 소리마저 경쾌했다.
자연의 소리와 소리과학관 "비오는 소리가 들리죠? 속이 빈 선인장이나 대나무 안에 가시를 끼우고 구슬이나 씨앗을 넣으면 그것들이 부딪히면서 소리를 내요. 그게 비가 오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이 호스를 돌리면 바람소리나 구름이 몰려오는 소리가 나고, 이 물건은 천둥소리를 냅니다."
조윤석(61·사진) 관장이 시범을 보여 자연의 소리를 냈다. 간단한 물건들을 만지니 바람이나 파도 소리, 동물의 소리가 났는데, 신기했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돼, 음악치료에 많이 쓰입니다. 효과음 악기로 사용되기도 하고 드라마나 라디오에 소리를 삽입하기도 하죠. 소리체험박물관에서 처음 마주치는게 자연의 소리입니다."
소리체험박물관은 체험관 4개로 구성됐다. 1층에는 1·2·3관이, 2층에는 4관과 만들기 등의 특별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관은 '자연의 소리'다. 레인스틱·윈드파이프·윈드차임·스프링북·오션드럼 등의 도구나 두꺼비·개구리·여치·딱따구리 소리 등을 연주해볼 수 있다.
2관인 '소리과학관'에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소리과학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체험할 수 있다. 인간은 과학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소리, 즉 악기를 만들어 음악을 발달시켰다. 토끼 귀와 나팔 입, 귀의 모양과 축음기, 호스전화기, 숟가락 종, 소리굽쇠, 공명 실험, 피타고리스의 기타 등을 활용해 실험해볼 수 있다.
조 관장은 공명 현상을 증명하는 코너에서 실험했다. 다양한 길이의 실에 물체를 매달아 놓고 그 중 하나를 흔들었더니 조금 후에 같은 길이의 물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실험을 해보면 눈높이를 맞춰야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요. 부모와 자식 관계나 부부끼리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눈높이가 다른 상태에서 모두 자기에 맞추라하죠. 조율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문제죠. 공감하려면 주파수나 코드를 맞춰야합니다."
악기박물관과 축음기박물관
3관 '악기박물관'에는 전시된 여러 가지 악기를 보며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인간이 소리를 예술로 발전시킨 다양한 악기가 구비돼있다. 봉고·젬베·발라폰·실로폰·글로켄슈필·공·마라카스·카우벨·우드블록 등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내부 계단으로 오르니 마지막인 4관 '축음기박물관'이 나왔다. 악기로 예술의 소리를 만든 인류는 사라져가는 소리를 녹음하는 꿈을 꿨고, 그 꿈을 1877년 에디슨의 축음기로 이뤘다. 이곳에선 에디슨의 축음기부터 MP3까지, 벨의 전화기부터 휴대폰까지의 발달사를 한눈으로 볼 수 있다. 전신과 모르스부호, 다이얼전화기, 메아리파이프 등을 체험하고, 100년이 넘은 뮤직박스와 축음기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보통 한 시간, 길게는 두세 시간 체험을 즐기다 가는 사람도 많아요. 직접 체험하는 박물관이라 보호자 없이 어린이 혼자 오면 입장이 불가합니다. 티브이 어린이프로그램이나 각종 언론에도 우리 박물관이 많이 소개됐어요."
드라마의 힘, 박물관이 더 알려지다
지난해 여름,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8회와 9회에 이곳 '소리체험박물관'이 나왔다. 주인공인 지현우와 정은지가 박물관에서 단란하고 유쾌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라를 귀에 대고 소리를 듣거나 긴 호스로 연결된 전화기로 밀담을 나누는 드라마 장면이 담긴 사진을 박물관 벽에 붙여 놨다.
"드라마의 파장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박물관 홍보가 톡톡히 돼 주변 사람들이 얼마를 줬냐고 묻는데, 오히려 우리가 돈 받고 촬영을 허가해줬죠."
드라마는 7월 중순께 방영됐고, 곧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돼 가족단위로 박물관을 많이 찾았다. 관람객이 1년에 1만명 정도, 여름에는 2000여명이 오는데, 드라마 방영 직후인 8월 한 달에만 4000여명이 찾았다고 했다. 박물관을 오려고 강화도로 여행을 오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였다. 멀리 경상남도에서도 관람객이 찾아왔다.
음악인 조윤석, 제2의 인생을 박물관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바순'을 전공한 조 관장은 30년간 음악인으로 살아왔다. 노후생활을 생각하던 차에 음악과 연관한 고민을 하다가 악기박물관을 떠올렸다. 그러나 단순히 악기를 전시하는 건 관람객에게 매력이 없다는 생각에, 소리의 과학적 원리와 체험을 가미한 박물관을 기획했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해서. 그런데 처음부터 박물관을 고민했던 건 아니다. 계기가 있었다.
"서울에서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아예술학원을 몇 년간 운영했습니다. 대학생들을 레슨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아요.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그러나 학원 경영이 어려워 금방 정리했습니다."
칼 오르프라는 유명한 작곡가의 이름을 딴 오르프 유아음악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이 타악기를 이용해 음악수업을 하면서 음감과 리듬감을 몸으로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유아예술학원을 운영했던 것이다.
큰 빚을 지고 강화에 들렀다. 임차료도 감당하기 힘들어 자기 땅 위에서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사진갤러리를 하던 이곳이 마음에 들었지만, 선뜻 계약하지 못했다. 1년 후 다시 찾아 계약하고, 여의도 생활 30년을 정리하고 강화에 둥지를 틀었다.
"강화도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하잖아요. 마니산 단군의 역사나 선사시대, 근현대 역사까지, 모든 역사가 이곳에 다 있는데 현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없잖아요. 우리 박물관이 그 역할을 조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
조 관장은 박물관을 기획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소리에 관한 과학 원리에서부터 역사를 공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었다.
"이런 박물관 하나를 기획하려면 박사 10~20명으로 팀을 꾸려야합니다.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 없어요. 이야기가 있는 나만의 박물관으로 꾸린 겁니다."
2010년 개관 후 관람객이 꾸준히 찾아왔다. 사전지식이 없이 온 사람들은 입장료 5000원과 비좁은 입구, 어린이체험박물관이라는 선입견으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람 후에는 박물관 내부의 넓고 다양한 체험시설에 만족했다.
소리체험박물관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의 과학 박람회나 기획전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인천시교육청 협력기관으로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했고, 현재 가톨릭대에 출강하고 있는 조 관장은 관람객에게 박물관을 소개하는 일이 더 재밌다. 수집품을 늘리고 박물관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조 관장은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편히 관람하고 쉴 수 있는 휴게실을 만들고 싶다며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으로 놀러오라 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5263 |